마을 입구에서 나 봤지?

그늘도 최고 단풍도 최고
“맴맴맴맴” 
요란한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더운 여름 한낮의 햇빛을 피하기에 나무 그늘만큼 좋은 곳이 없을 거야. 그중에서도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은 아래에 널따란 평상을 놓고 쉴 수 있을 만큼 넓고 시원하지. 그래서 학교 운동장 한구석이나 공원 그리고 가로수로 느티나무를 많이 심어. 큼직큼직한 키도 시원하지만 느티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이 아주 좋거든.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단풍도 그림에서나 볼 것처럼 멋지단다.

 

천 년도 넘은 나무가 있다고?
우리나라에는 느티나무가 참 많아. 지금은 도시의 가로수나 공원에도 많이 심지만, 옛날부터 마을 입구에 심는 정자나무로 느티나무를 심어 왔어. 그래서 나이가 500살, 800살, 천 살이 넘는 느티나무도 있단다.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어. ‘느티나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단풍잎 색깔과 관련이 있어. 가을이면 이파리가 노랗게 물들거든. 그래서 옛날에는 누렇다는 뜻으로 ‘누튀나무’라고 했는데, 그것이 ‘느틘나무→느티나무’로 변하게 된 거래.

풍년을 알려 줄게
조선 시대 책 <<산림경제>>에는 “느티나무 세 그루를 집 안에 심으면 부귀를 누리고, 서남간에 심으면 도적을 막는다.”라는 내용이 나와. 
부귀를 주고 도둑을 막아 준다니 대단한 나무가 아닐 수 없지? 또 마을 어귀에 정자나무로 많이 심은 느티나무는 봄에 싹이 나오는 걸 보고 한 해의 농사를 점쳤다고 해. 나무 꼭대기 쪽의 싹이 먼저 나오면 풍년이 들고 아래쪽 싹이 먼저 나오면 흉년이 든다는데, 느티나무가 물이 많은 땅에서 자라는 성질을 이용한 생활의 지혜인 셈이지. 
땅속에 물이 풍부하면 나무 꼭대기까지 물이 잘 올라가서 싹이 나는 거니까 농사도 잘된다고 본 거야. 조선 시대 학자인 퇴계 이황은 뜰에 심은 느티나무의 줄기가 시드는 것을 보고 앞으로 자신에게 곤란한 일이 닥칠 것을 예감했다고 해. 이 예감은 맞아떨어져서 뒷날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파직되었어. 느티나무와 서로 교감한 것일까?

 

▷ 옛이야기
주인을 살린 오수의 개
전라도 남원의 한 마을에 김개인이라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어. 할아버지는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를 무척이나 귀여워하여 밤낮으로 데리고 다녔지. 
어느 날 이웃 마을에 잔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잔칫집에 가면서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강아지도 함께 데리고 갔어.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과 술대접에 배불리 먹고 취한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피곤하여 산기슭에 누워 잠깐 잠이 들고 말았어. 그런데 마침 산불이 나서 잠자고 있는 할아버지 쪽으로 불이 번지기 시작했지. 할아버지 옆에서 할아버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던 강아지는 주인을 구하고자 큰 소리로 짖어 대고 옷소매를 끌어도 보았지만 할아버지는 깨어나지 않았어. 산불이 자꾸 커지면서 번져 오자 강아지는 할아버지가 위태롭다는 걸 느끼고는 산 아래 개울에 가서 온몸을 물로 적셔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 주위의 풀 위로 뒹굴면서 산불이 할아버지에게 오지 못하게 해 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해 주었어. 
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강아지는 탈진하여 죽어 있었지. 뒤늦게 사실을 안 할아버지는 강아지의 행동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고 무덤 앞에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지팡이를 꽂아 주었어. 세월이 흘러 그 지팡이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훌륭한 나무가 되었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강아지의 뜻을 기려 ‘개나무’라고 이
름 지었고, 마을 이름도 ‘개 오(獒)’ 자와 ‘나무 수(樹)’ 자를 써서 ‘오수 마을’이라 불렀어. 그 마을이 지금 전북 임실의 오수라는 마을이야.

 

/자료 제공=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식물2’(박시화 글ㆍ채상우 그림ㆍ기린미디어)<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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