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을 거니는 두 남녀를 위한 현악 6중주


현악 6중주곡 「정화된 밤」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이 작품이 너무나 독창적이었던 거예요.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리듬, 전통 음악을 무시한 표현 방법. 그것은 전통의 고전 음악을 뒤흔드는 음악의 혁명과도 같았어요.
「정화된 밤」은 바로 12음 기법을 사용해서 작곡한 곡이었어요. 이 곡은 반음계의 갑작스러운 음으로 가득 차 있어요. 또 두 남녀의 사랑과 격렬한 감정이 음악 전체에 스며들어 있어요. 
이 곡은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첫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부분은 서정시풍인데 차가운 달밤에 함께 호숫가를 거닐고 있는 두 남녀의 무거운 기분을 묘사하고 있어요.
두 번째 부분은 여자의 후회와 정열적인 고백을 표현하고 있어요. 네 번째 부분은 이해심 많은 남자의 이야기와 달빛에 상징되는 깨끗한 사랑을 나타내는 부분이에요.

 

음악의 신대륙, 12음 기법
「정화된 밤」이 완성된 시기는 20세기를 눈앞에 둔 1899년 12월 1일이었어요. 쇤베르크가 25세 때였지요. 낡은 옷을 벗어던지지 못했던 이전의 음악가들에게 이 작품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지금까지의 음악은 장조, 단조의 조성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어요. 그러나 쇤베르크는 음악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려면 조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성을 과감하게 던져 버리고 ‘무조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무조 음악에는 특정한 형식이나 기법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작곡 기법이 필요했어요. 쇤베르크는 몇 번의 시행 착오 끝에 ‘12
음 기법’이라는 새로운 작곡법을 창안해 냈어요. 피아노의 키는 한 옥타브가 7개의 흰 키와 5개의 검은 키, 모두 12개의 음으로 되어 있어요. 12음 기법이란, 특정 음을 반복하지 않고 
12개 음을 골고루 한 번씩 써서 곡을 만드는 것을 말해요. 12음의 발견은 음악의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놀라운 것이었어요.

음악의 표현주의’라고 불리는 쇤베르크
아르놀트 쇤베르크 (1874-1951, 오스트리아)

쇤베르크는 조그만 신발 가게를 하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그 당시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했는데 쇤베르크의 부모도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분들이었어요. 그의 형은 재능 있는 테너 가수였는데, 나중에는 쇤베르크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그는 9세가 되기 전에 작곡을 하기도 하고 바이올린 연주도 했어요. 아버지가 죽자 그는 은행원으로 일했어요. 그는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도 아마추어 관현악단에서 첼로를 연주했어요. 하지만 과감히 은행원 생활을 그만두고 음악에만 전념해요. 
그의 작품 창작 시기는 크게 4기로 나눌 수 있어요. 1기는 바그너 찬미자였던 그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조성 음악을 시작한 시기로, 이 시기에 「정화된 밤」을 작곡했어요. 2기는 과도기적 시기예요. 「실내 교향곡」을 작곡했지요. 3기는 12조 기법을 완성한 시기예요. 4기는 1933년에 나치가 독일의 권력을 잡자 미국으로 망명한 시기예요. 이 시기에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어요.

 

쇤베르크는 교육자이자 이론가, 음악 철학자로서 20세기 음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어요. 또 그림도 화가 못지 않게 잘 그려서 표현주의 화가인 칸딘스키와도 친분을 나눴다고 해요.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음악만으로는 마음의 형태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또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로 손꼽히는 베베른과 베르크를 길러냈어요. 쇤베르크와 베베른, 베르크는 20세기 음악의 ‘성부와 성자와 성신’이라는 호칭을 받고 있어요. 

‘세기말’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것은 한 세기에서 다른 세기로 넘어가는 시기를 말해요.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떨어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면서 독일에서는 표현주의가 일어났어요. 표현주의의 특성은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거부하며, 인간의 내면 세계를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에요. 그림으로 보면 뭉크의 그림이 표현주의에 해당해요. 이 시대에는 음악이나 미술, 문학들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었어요. 
표현주의는 인간의 불안, 초조, 두려움, 내적인 갈등을 예술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의 내적인 감정을 아주 강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형식이에요. 음악에서는 불규칙한 리듬이나 절규와 같은 선율 등을 사용해서 인간의내면 세계를 표현하려고 한 것을 ‘표현주의 음악’이라고 말해요.

 

 

/자료 제공=‘세상 모든 음악가들의 음악 이야기’(유미선 글ㆍ최상훈 그림ㆍ소담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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