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고생물학자, 포유류학자, 대학 교수, 박물관장, 기후 위기 전문가 및 환경 운동가…. 이 코너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팀 플래너리가 어린이를 위해 들려주는 동물 대백과입니다. 그가 오랫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관찰하고 발견한 동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별별 동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여러분은 아마도 바닷가에서 파도에 떠밀려 온 해파리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운 좋게도 물속에서 우아하게 떠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고요. 해파리는 눈부시게 아름답기도 하고 미끌미끌 괴상하게 생기기도 했어요. 겉모습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도 정말 특이하고요. 콧물이나 달걀프라이나 호두처럼 생긴 해파리, 죽었다 살아나는 좀비해파리처럼 신기한 해파리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해파리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여러분이 전 세계의 어느 곳에 살든 상관없어요. 바닷가에 갈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해파리를 만날 기회가 있답니다.

이름이 안성맞춤
해파리는 영어로 ‘젤리피시(jellyfish)’라고 해요. ‘젤리 물고기’라는 뜻인데, 젤리처럼 투명하고 말랑말랑하게 생기긴 했지만 사실 물고기(어류)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말미잘이나 산호 같은 동물과 좀 더 가깝지요. 해파리는 이 동물들과 함께 ‘자포동물’에 속해요. 독이나 가시를 톡 쏘아서 몸을 지키는 동물들이지요. 해파리 가운데는 신기한 모습을 뽐내는 다양한 종이 있어요. 각 특징에 딱 들어맞는 재미난 이름도 붙어 있지요.

▶콜리플라워해파리 : 커다랗고 덩이진 촉수가 꼭 탐스러운 콜리플라워 꽃봉오리처럼 생겼어요.
▶콧물해파리 : 물속에 있을 때는 평범한 해파리처럼 보여요. 하지만 모래톱에 쓸려 와서 몸 전체가 한 덩어리로 흐물흐물 녹아 있는 모습은 정말 지저분하게 생겼어요. 끈적끈적한 콧물이 커다란 웅덩이를 이룬 것처럼 보이거든요.
▶ 달걀프라이해파리 : 흰자처럼 생긴 반투명 원반 한가운데에 노른자 같은 금빛 혹이 불룩 솟아 있어요. 질감도 달걀이랑 비슷해요. 젤리처럼 투명하면서 살짝 고무 같은 느낌이 나지요.
▶ 꽃모자해파리 : 모자처럼 생긴 갓 부분에 알록달록 여러 색과 모양으로 된 장식이 달려 있어요.

오랜 옛날에 해파리는…
해파리 화석은 가장 오래된 동물 화석 가운데 하나예요. 약 5억 5천만 년 전에 여러 가지 해양 동물이 나타났는데, 아마도 해파리는 그 전부터 드넓은 바다를 맘껏 누볐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수많은 생물 종과 함께 바다를 나누어 쓰게 되었어도 해파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해요. 여전히 놀라운 속도로 개체 수가 늘면서 널리 퍼져 나가고 있지요.

초대형 해파리가 온다
고깔해파리와 관해파리는 보통 해파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둘 다 사실은 여러 개체가 뭉쳐서 이루어져 있어요. 마치 아이들 여럿이 인간 탑 쌓기를 한 다음, 트렌치코트 한 벌을 입고 서서 커다란 어른 한 명처럼 보이게 하는 만화 속 장면 같다고나 할까요. 이런 경우를 ‘군체’를 이룬다고 하는데, 해파리 수백 마리가 한 마리처럼 함께 움직이지요. 군체를 이루는 낱낱의 
‘개충’은 먹이를 잡고, 소화하고, 천적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보호하는 등 저마다 맡은 일이 달라요. 이 초대형 해파리들은 전체 길이가 45m도 넘어요. 테니스장 너비의 두 배쯤 되지요.

밀착취재 감투해파리
감투해파리는 영어 이름이 ‘바다 호두(sea walnut)’예요. 동물 이름처럼 들리진 않겠지만, 생김새를 보면 딱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자그마한 몸 표면에 울퉁불퉁 혹이 나 있어서 호두랑 진짜 닮았거든요! 한국에서는 옛날에 남자 어른들이 머리에 썼던 감투처럼 생겼다고 해서 감투해파리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감투해파리는 태어난 지 13일 만에 알을 낳기 시작해서 곧 날마다 1만 개씩 알을 낳아요. 알을 낳느라 바쁘겠지만, 어떻게든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어 먹이를 먹는답니다. 식성이 엄청나게 좋거든요. 날마다 제 몸무게의 10배가 넘는 먹이를 먹어 치우지요. 그래서 하루 만에 몸집이 2배가 되기도 해요. 먹은 게 어디로든 가야 할 테니까요. 감투해파리의 진짜 멋진 특징이 뭔지 아세요? 몸 전체를 조각조각 잘라도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젤리 같은 덩어리 하나하나가 점점 자라서 감투해파리가 되지요. 2~3일만 지나면 각자 알아서 제 모습을 갖추고 살아간답니다.

오줌 따위 필요 없어!
촉수에 무시무시한 독이 있는 해파리도 있어요. 이루칸지해파리는 몸집이 매우 작지만 타란툴라보다 1천 배는 더 센 독을 품고 있지요. 상자해파리 촉수는 살짝 닿기만 해도 엄청난 통증을 일으켜요. 5m짜리 촉수가 우리 몸에 닿는다면 우리는 4분, 아니면 2분밖에 살지 못해요. 해파리 독에 쏘이면 그 자리에 오줌을 누어야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그런데 사실은 찝찝하게 소변에 몸을 적실 필요가 전혀 없답니다. 잘못된 속설이거든요. 해파리 독에 쏘이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는 게 좋아요. 다만 해파리 종류에 따라 식초를 부으면 잠시나마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도 있긴 해요.

해파리가 영원히 산다고?
해파리는 주변에 먹을거리가 드물어지는 힘든 시기가 오면 쓸 수 있는 비밀의 힘이 있어요. 바로 몸을 ‘수축’하는 거예요.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들어 먹이를 적게 먹고 가까스로 살아남지요. 먹이가 풍부해지면 다시 원래 크기로 자라나고요. 그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더 신기한 방법을 쓰는 해파리도 있어요! 
▶ 물해파리 : 아예 몸 일부를 새로 만들기도 해요.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도 있지요. 원하면 언제든지 새끼 해파리로 돌아가는 거예요.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말 그대로 영원히 사는 해파리도 있어요. 이 해파리는 ‘죽음’을 맞으면 썩기 시작해요. 여기까지는 죽은 생물 몸에 마땅히 일어나는 일이죠. 그런데 이때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썩어 가는 해파리의 아주 작은 몸 일부가 서로를 찾아내어 함께 뭉쳐서 새끼 해파리가 되는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은 ‘죽음’을 맞은 지 5일 안에 일어나요. 죽은 자를 되살리기에는 아주 짧은 기간이죠. 이 해파리 이름이 무엇인지 들어도 그렇게 놀랍진 않을걸요. 바로 좀비해파리랍니다. 달리 뭐라고 부르겠어요!
▶해파리 사전에 포기란 없어요. 죽은 뒤에도 계속 독을 쏘는 해파리가 아주 많거든요! 죽은 상태에서 누굴 겨냥해서 쏘는 것은 아니고, 촉수에 독이 가득 차 있어 건드리기만 해도 그냥 튀어나오는 거랍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
기후 변화는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생물에게 해를 끼치지만, 사실 해파리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기후 변화로 바다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따뜻한 물에는 산소가 덜 들어 있어서 어떤 생물 종은 살아남기가 점점 힘들어져요. 하지만 해파리는 숨 쉴 때 산소를 다른 동물만큼 많이 쓰지 않아서 괜찮아요. 이에 따라 그 성가시고 독성이 강한 이루칸지해파리처럼 열대 지방에 사는 해파리들이 전 세계로 점점 더 널리 퍼져 가고 있어요.
해파리는 심지어 기후 변화를 앞당길 수도 있어요. 해파리는 탄소가 잔뜩 들어 있는 똥과 점액을 엄청나게 내놓는데, 가장 끔찍한 문제는 세균이 이걸로 숨을 쉰다는 거예요. 물론 세균이 다 나쁜 것은 아니고 쓸모 있는 세균도 많지요. 하지만 이 특별한 세균은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많이 배출한답니다.
해파리는 또 대기와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플랑크톤 같은 것들을 마구 잡아먹어요. 플랑크톤이 사라지면 그만큼 바닷속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겠지요. 그렇게 해서 지구 온난화를 앞당기는 거예요.

/자료 제공=‘동물 세계 대탐험-팀 플래너리 박사님이 들려주는 신기한 동물 이야기’(팀 플래너리 글ㆍ최현경 옮김ㆍ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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