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인구’에 숨겨진 과학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겨울(11~12월)에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20일 막을 올린다. 한국 축구국가 대표팀은 현지 적응 훈련 뒤 우루과이(24일 밤 10시), 가나(28일 밤 10시), 포르투갈(12월 3일 오전 0시)과 조별리그 H조에서 맞붙는다. 이번 축제 때 사용하는 14번째 월드컵 공인구는 겉이 오돌토돌한‘알 릴라(Al-Rihlaㆍ알 리흘라)’. 아랍어로 ‘여행(여정)’을 뜻한다. 월드컵의 역사는 이 공인구의 변천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목표한 곳에 보내기 위해 다양한 과학기술이 보태지기 때문이다. 월드컵 때마다 새로 등장하는 공인구의 역사와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본다.

◇공인구의 역사

월드컵은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다. FIFA가 지정한 공으로만 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공인구는 그 대회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90여 년의 월드컵 역사에서 50여 년을 함께 해왔다. 1930년 초대 월드컵 당시 결승에서 맞붙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어떤 나라의 공을 쓸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결국 전반에는 아르헨티나의 공,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으로 경기를 치렀다. 이런 논란은 공인구가 처음 도입된 1970년 제9회 멕시코 월드컵 이후 사라졌다. 

◇공인구에 숨겨진 기하학, ‘오일러의 공식’
월드컵 공인구는 공격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대회가 흥행하려면 골이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해서다.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온 공인구 역사에서 지금까지 유지된 하나의 틀이 최대한 ‘구’형태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슈팅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멕시코 월드컵 때의 공인구 ‘텔스타’역시 완벽한 구 형태였다. 12개의 정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으로 이뤄진 32면체로, 여기에는 기하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바로 ‘오일러의 공식(오일러의 다면체 정리)’이다. 스위스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발견한 다면체 정리는 모든 다면체는 ‘꼭짓점 수+면 수-모서리 수=2’를 만족한다는 내용이다. 32면체인 텔스타의 꼭짓점은 60개, 모서리는 90개, 면은 32개. 이를 공식에 대입해 보면 ‘60-90+32=2’가 성립된다. 이후 12조각(패널), 18조각, 48조각 정다면체를 붙인 축구공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32조각 구성이 가장 견고하고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

 

아디다스가 선보인 알 릴라는 기존 축구공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가는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20개의 ‘스피드 셀’패널 구조가 새롭게 도입됐다. 축구공은 날아갈 때 흔들림이 커져 속도가 줄어드는데, 특수 돌기가 들어간 20조각의 사각형 폴리우레탄 피스가 최상 수준의 정확도와 스피드, 더 많은 회전력을 선사한다. 또 환경을 위해 폐기물로 만들어졌으며, 제작 단계에 쓰이는 잉크와 접착제 역시 수성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성을 높였다.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역대 중요 공인구
FIFA는 1970년부터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공을 월드컵 공인구로 채택해왔다. 초대 공인구 ‘텔스타’는 ‘TV 속의 별’이란 뜻. 당시 월드컵 대회가 세계 최초로 위성 생방송되는 것을 기념해 지어졌다. 12개의 검정 오각형과 20개의 흰 육각형으로 구성된 모양으로 현재 축구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1986 멕시코 월드컵 때의‘아즈테카’는 인조가죽이 처음 사용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인구는 ‘피버노바’. 열정(Fever)과 별(Nova)을 형상화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구성된 이 공은 처음으로 ‘탱고’의 디자인에서 벗어났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팀가이스트’부터는 기하학적 도약이 이루어졌다. 기존 32개에서 14개로 패널이 줄었고, 거죽 모양도 정다각형에서 곡형으로 바뀌었다. 팀가이스트는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를 깼다는 평가도 듣는다. 즉, 이 공인구에는 꼭짓점이 없다. 이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자블라니’(8조각), 2014년 브라질 월드컵‘브라주카’(6조각), 2018년 러시아 월드컵‘텔스타 18’(6조각)로 진화했다. 텔스타 18은 골키퍼들 사이에서 ‘악마의 공’으로 유명했다.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공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는데, 그 때문에 잡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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