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구경분내가 소나무 밑에서 잠잘 때나를 깨워 손잡고 달린사랑하는 내 친구 거북이야.그동안 네게느림보라고 놀린 것미안해정말 미안해내가 느릿느릿 걷고 있을 때앞서서 빨리 뛰지 않고내 손 잡고 함께 걸어준 토끼야그동안 네게잘난 척 쟁이라고 속으로 놀린 것미안해정말 미안해.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남이 먼저 다가와서 나에게 손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말이에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남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내가 다가가지 않고 남이 먼저 다가오기를 바란다면 둘 사이는 뜨악해질 수 밖에 없
동백나무가 웃다권영세할아버지, 베란다에 동백꽃이 활짝 피었어요.그래, 동백나무가 드디어 웃었네.근데 할아버지, 나무도 웃어요?그래, 나무도 때가 되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지.아! 그래서 꽃이 저렇게 곱네요.그렇지, 오래오래 견뎠으니 더욱 곱단다. 할아버지는 동백꽃이 핀 것을 보고 동백나무가 웃었다고 하셔요. 나무도 때가 되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는데 그것이 꽃이라는 거죠. 오래 참다가 웃을수록 꽃이 곱다고 하니, 동백꽃은 얼마나 많이 참았을까요? 아마도 동백꽃은 눈 내리고 꽁꽁 얼어붙은 겨우내 참고 있었을 테지요. 아직은 멀기만 하
얘들아, 나 아니래!박문숙(아동문학가)“에 에 에이취이!”교실을 떠돌던 요란한 소리들이 뚝 끊겼어요. 순식간에 쥐죽은 듯이 사라졌어요. 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먼지처럼요. 은수는 입을 막았던 손을 내리지 않고 고개를 들었어요.“은수야, 너! 보건실 가봐야 하는 거 아냐?”명희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닐 건데…, 조심했는데.”은수는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어요.“알았어, 보건실에 갔다 올게.”그제야 은수를 바라보던 눈동자들이 다른 곳으로 갔어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서 일학년 일반이라는 푯말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
같은 마음송영숙(아동문학가) 우리나라 참새는 짹짹 노래한다.일본 참새는 삐찌꾸삐찌꾸.우리나라 강아지 멍멍 짖는다.미국 강아지는 바우와우.그런데…짹짹, 삐찌꾸삐찌꾸,둘 다 참새 소리로 들리네?멍멍, 바우와우, 들어보니 둘 다 강아지 짖는 소리네!그렇구나,같은 마음이면 다른 소리도 다 알아들을 수 있구나!
오늘의 뉴스박예분 지구상에서가장 큰 포유류가 해안가에서 발견됐다따뜻한 바다를 따라먹이 찾아 파도에 떠밀려 왔다고사람들은 말하지만아무도 모른다멋진 모습 보여주려고 바닷바람 가르며먼먼 바다에서 나를 찾아왔다는 걸너울너울 파도를 타며바다의 품으로 돌아가는 고래에게나지막하게 인사했다고래야,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 고래를 만나는 것은 어쩌면 오랜 ‘나’의 꿈일지도 몰라요. 현실이 힘들면 힘들수록 고래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더 간절해지지요. 그런데 정말 고래가 바닷바람을 가르며 먼먼 바다에서 나를 찾아
북극토끼 국립 생태원 툰드라 기후대에서 만난북극토끼들여름 바위틈에서는 회색 바위 색으로겨울 벌판에서는 하얀 눈 털로 변신하는 위장전문가지만 팔다리는 그대로 아기 토끼를 안심시키지북극여우에게 쫓길 때면긴 다리로 씩씩하게 얼음판을 달릴 테지남자 친구 만날 때도 날씬 다리로 우아하게 걸을 테지 2004년 신인상, 2005년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대상, 한국 안데르센동시상 수상. 동시집 『떡볶이 미사일』,『바다로 간 우산』등과 동화집『우리나라 가장먼저 사제 김대건』, 『조선의 핵인싸, 연암 박지원』 인물이야기 등을
오순도순 함께며칠 뒤, 소영이와 나는 오순이 도순이를 만나러 다시 갔다. 이번에는 캔 사료 세 개랑 건사료 조금. 그리고 사료를 담아 줄 그릇도 두 개 가지고 갔다. 우리가 이름까지 지어준 아기 고양이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천천히 가려해도 자꾸만 걸음이 빨라졌다. 좀 이상했다. 컨테이너 창고 앞이 누가 다 치웠는지 말끔했다. 지난번에 종이랑 사료 캔을 놔두고 왔는데 흔적도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소영이와 나는 새로 갖고 온 사료를 그릇 두 개에 나눠 담아 창고 앞에 살그머니 뒀다. 그런데 숨어서 한참을 기
새해에는전병호새해 아침에는 새 책을 읽자.책장을 넘길 때마다새롭게 열리는 하늘을 맞이하자.새해에는 새로운 곳에 가보자.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더 넓어지는 세상을 느껴보자.새 친구도 많이 사귀자.친구들 눈으로 나를 보자.알면 알수록 그만큼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것!내가 보고 아는 것이란 얼마나 적은가‘처음처럼’ 그 마음 잃지 말고나를 새롭게 세우자.해처럼 희망으로 올 한 해를 환하게 밝히려면!새롭게 맞이 한 계묘년 새해! 무엇보다도 먼저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가기를 빌어요. 지난 3년간 우리는 얼마나 힘들었나요? 이제 움츠렸던 가슴
강아지와 정이 드는 것은최춘해사람은 말로정을 준다고 하면서할아버지는 할머니께사랑한다는 말을못 한다고 한다.강아지는학교에서 돌아오면와락 뛰어올라내 얼굴을 핥으며행동으로사랑한다고 한다.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오신 과거 시대에는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어요.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고, 웃어른 눈치 보느라고 그랬고요. 그래서 말로는 못 하더라도 마음으로는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랐는데요. 이것, 어떻게 생각하세요?강아지를 보세요. 내가 학교 갔다 돌아오면 와락 뛰어올라 얼굴을 핥아요. 그게 강아지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잠수함 구함최설2인용 잠수함을 구합니다이유는 말할 수 없습니다폭풍을 피할 수 있는 깊은 잠수를 해야 합니다함께 사고친 친구도 데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함께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고민하겠습니다폭풍이 가라앉으면 반납하겠습니다정말 급합니다만약 내가 잠수함을 갖고 있다면 빌려줄 텐데요. 하지만 잠수함을 갖고 있지 않으니 빌려줄 수도 없네요, 그러기에 조금 더 참거나 조심하지 않고요. 숨는다고 해결될까요? 아, 폭풍을 피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잠수해 있겠다고요.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에요. 폭풍이 몰아칠 때는 잠시 피해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 산문 으뜸글잔소리 없는 날은 천국과 같아! - ‘잔소리 없는 날’을 읽고 권민준(강릉 율곡초등 3)나는 잔소리하면 아빠가 생각난다. 왜냐하면 아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잔소리 폭탄을 날리기 때문이다.잔소리 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게임하지 마!”이다. 다른 친구들은 마음대로 게임을 하는데, 나만 많이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을 몰래하면 혼이 난다. 나는 그런 친구들이 부럽다. 이 책의 주인공인 푸셀은 아빠엄마에게 ‘단 하루라도 잔소리 없이 지내고 싶다’며 잔소리 없는 날을 요청해 허락받는다. 잔소리 없는 날이 되
내가 구멍이라고홍재현자려고불 끄고 누웠는데갑자기 분하다축구만 하면친구들의 원망을 듣는다내가 구멍이란다나 때문에 맨날 진단다씨이……자려고울면서 누웠는데갑자기 방문이 열린다술만 마시면아빠는 나를 꼭 껴안으신다내가 숨구멍이란다나 때문에 살맛 난단다씨익……내가 구멍이라니? 축구만 하면 듣게 되는 말, 어쩜 좋아. 나도 축구 잘하고 싶다고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걸요. 노력하면 되는 게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고요.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비난만 하는 아이들, 정말 미워요. 축구를 못하면 그 대신 잘하는 다른 것이
꼬리 잘린 돌고래“아빠, 내일 바다에 나가요?”“민수 아저씨네 예약이 많아서 아빠가 하루 도와줘야 해”“아빠.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저도 데려가 주세요. 네? 제발요.”창우는 아빠와 바다에 나갔다가 돌고래를 본 것이 생각나서 따라가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가까이서 돌고래를 본 것은 제주에 살면서 처음이었어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돌고래 등에서 빛나던 물빛과 귀여운 돌고래 눈……. 그날 이후로 자주 생각났거든요. 꼭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같이? 학교는?”“내일 재량휴일이에요. 학교 안 가요. 아빠 프리즈…….”“알았어. 그
겨울 꽃씨문성란(아동문학가)기도방에서 산다물도 안 마시고햇빛도 안 먹고눈 꼬옥 감고기도방에서 산다
내가 들어가야류병숙금방 찐 만두 중에터진 것울퉁불퉁한 것내가 빚은 두 개가제일 맛있다.내가 끓인 라면내가 산 우유내가 캔 고구미도,내가들어가야맛이 난다.만두를 만들어 본 적이 있나요? 꼭 명절이 아니어도 특별한 날에는 가끔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지요. 이때 솜씨 없는 ‘나’도 같이 만두를 만들게 되지요. 그런데요. 만두를 쪄내면 내가 빚은 것은 왜 만두피가 터지거나, 못생겼는지요. 내가 만든 만두, 누가 먹을까요. 다 내가 먹을 수밖에요! 그런데 먹어 보니까, 아주 맛있어요. 하하. 라면도 내가 끓인 것이 더 맛있고요. 우유도
돌계단 길관악산 오르는 길돌계단 이어진 길자연 그대로 돌길오를수록 신나는 길“신령님, 이 많은 돌계단누가 이리 쌓았나요”629m 연주대까지이어지는 돌계단길자연 그대로 돌길오르내리기 좋은 길팔 벌려 안아주시는산신령님 품 돌계단 길.
발등에 떨어진 돌어느 마을에 심술궂은 영감님이 살고 있었어요. 영감님은 동네잔치가 열릴 때면 약방에 감초처럼 꼭 나타나서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잘 먹고 나서는 잔치를 연 사람들에게 “음식을 잘 먹었소이다. 수고가 참 많으셨겠소.”하면서 침이 마르게 칭찬을 했어요.그러나 영감님은 잔칫집을 나와서는 딴 사람이 됐어요. 누가 영감님에게 “그 집 잔치가 어땠습니까?”하고 물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어휴, 말도 마쇼. 음식이 짜고, 맵고, 시고,…….원 먹을 게 하나도 없더군. 그것도 잔치라고 사람
그래서 학교 간다김정순어제 만난 친구오늘 또 만나서 반갑고잠깐 쉬는 시간이달고나만큼 젤리만큼 달고참고 참다 달려간 화장실 수다는사이다만큼 콜라만큼 시원하고기다리고 기다린 점심시간 엄마 밥보다 학교 밥을 잘 먹고(엄마, 죄송!)오늘도 학교로 달려가는데 엄마는 소리쳐요- 아침밥 먹고 가야지!학교에 그렇게 빨리 가고 싶었나요? 그래도 밥은 먹고 가야지요.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었으면 아침밥 먹는 것도 잊고 달려가려고 했을까요. 그래도 즐겁게 학교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쉬는 시간은 달고나만큼 젤리만큼 달다고 하고, 화장실 수다는
엄마 손은 꽃오원량밥하랴청소하랴설거지하랴빨래하랴엄마는 손한테 너무 미안하단다그래서 가끔 엄마는크림으로 맛사지도 해주고손톱에 예쁜 꽃잎도 그려준다톡, 톡, 톡……타닥, 타닥……엄마 손이친구들에게 카톡을 날린다컴퓨터를 친다엄마 손에서 예쁜 꽃잎이팔랑팔랑 날아다닌다꽃향기 가득한 우리집그래요. 밥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느라고 엄마 손이 거칠어졌어요. 그래서 아주 가끔은요. 엄마가요. 엄마 손에 크림 맛사지를 해주고, 손톱에 예쁜 꽃잎도 그려주어요. 어때요, 참 잘했지요? 그런 날 엄마 손은 친구들에게 카톡을 날리고요. 컴퓨터의
나림이가 남동생 나경이와 거실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어요. 일곱 살 나림이는 유치원에 다니고, 다섯 살 나경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요.엄마는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어요. 집을 나서면서 뛰지 말고 조용히 놀고 있으라고 했지만 둘은 그 말을 금세 잊어버렸어요.술래인 나림이가 소리쳤어요.“간다!”미처 숨지 못한 나경이가 비명을 질렀어요.“아직 안 돼!”그러나 나림이는 벌써 안방으로 뛰어들어 나경이를 보고 빙긋이 웃었어요.“찾았다, 이번엔 내가 숨을 차례지? 넌 이제 빨리 술래 자리로 가.”나경이가 발을 구르며 눈물을 글썽였어요.“내